언제 여름이 오려나...... ( longago's Blog )

(며칠 전에 쓰다가 임시 저장한 글인데.. 과연 잘 정리할 수 있을까...엄청 긴 글이 될 듯하다.)

미국에 와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리고 여전히 힘든 부분이 Credit인 것 같다.
Credit 쌓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 들었고,
집이든 자동차던 현금 박치기 해버리는 아시아인 들에 대한
경외감(?) 혹은 괴팍함(?)을 표현하는 미국인들도 더러 만난 것 같다.

그게 하도 중요하다고 해서,
어떻게든 빨리 SSN을 받아서 Credit을 쌓아야 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게 엊그제의 일이다.
적어도 지난 3월에 차를 구하게 될 때 만해도 그러고 있었다.
차를 할부로 사야 Credit이 쌓이는데, SSN도 없으니...라고 고민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에 미국의 Credit Card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상세히 듣게 되면서야 조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강사가 열심히 신용카드회사 변경을 예제로 두 시간 가량 계약(contract)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결국 강사에게 서툰 영어로 물어물어 A/S를 받았다. --;;

한국 신용카드에 보면, 리볼빙 서비스라는 게 있다.
대강 설명하면 할부, 일시불 개념없이 카드 쓴 금액을 매월 일정액식, 카드 이자와 함께 납부하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무조건 기간 없이 "유"이자 할부를 끊고 매월 일정액 혹은 일정 %이상 납부하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카드 결제 방식은
기본이 결제일에 일시불로 끊은 거 이자 없이 완납하는 시스템이다.
거기에 무이자/유이자 할부가 있고, 현금 서비스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보통 미국의 신용카드는 위에서 말한 리볼빙 방식이다.
한국식 방법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정도이고,
그 외에는 특별히 설정하지 않는 한 리볼빙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예외도 있겠지.)
결국 미국에서 Credit Card 이야기 하는 건,
한국에서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 놓고 쓰는 거랑 진배 없다는 이야기다. ^^.
미국서 신용카드를 쓴다는 건,
마이너스 통장에서 일정액을 쓰고 다달히 이자와 함께 갚아나가는
길고 긴 대출의 끈을 잡고 산다는 것...

신용카드를 쓰면, 현금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한달 가량의 자그나마 이자 소득도 있고, 뭐 소득공제도 되니, 알뜰하게만 쓰면 좋지 아니한가! 하던
한국에서의 상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신용카드회사를 변경한다는 이야기는, 이런 개념이 잡혀야 이해가 가는 구조였다.
미국에 왔을 때, 신용카드사들이 자기 회사 신용카드로 넘어오면, 기존의 다른 회사 신용카드 이용액을
자신의 회사로 이전 시켜주고, 1년간 이자도 면제해 주겠다는 홍보물을 접했었다.
홍보물을 볼 때는 이게 뭔소린가 했었다.
한국에서야 신용카드 하나 더 만들면 그뿐인데, 신용카드 회사를 바꾼다는 건 뭔소린지..
위의 설명을 듣기 전까진 무식한 나로써는 도통 감이 안 잡히는 상황...
신용카드가 마이너스통장의 개념인 론 (loan) 이니깐,
신용카드 회사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그 loan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였다. --;
마치 인터넷 회선 서로 깔아라고 경쟁하듯이, 대출을 서로 자기 회사껄로 바꿔 달라고 경쟁하는 거였고,
그 뒤에는 고리(연 10%이상 ^^;)의 이자 수익이라는 게 깔려 있는 거였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다 보니, 신용카드 한도액라는 개념도 한국과 거의 비교 불가이다.
(물론 크리딧이란 게 없는 사람, 즉, 미국에 막와서 워킹퍼밋받고 처음 SSN을 받거나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는 정도의 초년생들은 처음 몇 개월 이상은 제한적인 사용을 하는 걸로 출발이고..
 미국에 막와서 크리딧 쌓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이자높고 제한적인 이 신용카드, 백화점카드를 꾸준히 써 주고
 차를 구매할때도 크리딧이 낮아 이자를 물더라도 할부로 구매해서 눈물겹게 크리딧을 높일려고 노력한다.)
여기까지가 미국의 신용카드와 신용카드사 이전에 대한 배경지식.

그럼, 크리딧은 뭔가?
말 그대로 신용을 수치화한 개념이다.
SSN에 맞춰서 이 사람이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신용거래(신용카드, 할부거래 등등)를 잘하고 있는가를
개량화 해 놓고, 신용거래를 하게 되면, 그 숫자를 기준으로 거래 성립 유무 및 이자율 등을 산출한다.
결국 우리네(아마도 아시아권) 관점에서 삐딱하게 보면 빚내기 위해서 열심히 갈고 닦는게 바로 크리딧이란게 된다.

그런데, 이 크리딧을 기반으로 한 거래가 전 사회에 걸쳐 있다.
먼저, 대출이 아닌 경우에도 크리딧이 없거나 낮으면 상당액의 보관금(Deposit)을 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거나 서비스가 거절되는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들이 있다. 후불제 개념의 서비스들(전기, 전화, 가스 등), 아파트 렌트 등.
다음으로 제조사/유통사 할부, 리스 등을 통한 상품 구매 홍보가 많다. (크리딧에 따라 무이자나 저렴한 이자 등) 대표적인 게 차량이고, 컴퓨터, 가전제품, 가구등등 많은 것들이 이런 구조의 유통이 많다. "일단 들고가서 써 보시라니깐요~ 한달에 XX달러면 되요"식의 홍보물이 넘쳐 난다.
아마도 대표적인 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현 사태의 원인이기도 한 모기지론이다. 모기지를 저리로 받기 위한 부단한 노력 중에 하나다. 물론 주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설에 의하면 막판으로 갈수록 비정상적으로 팔린 론이기 때문에 크리딧과 밀접도가 많이 떨어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체가 크리딧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으니깐.. --;

내가 볼 때는 크리딧 기반의 사회란, 미래를 팔아서 현재를 사는 행위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닐까 한다.
성장 일로에 있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니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촉매제가 된다.
특히나, 자본이라는 것이 정비례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는 걸 생각해 볼 때,
현재에 가늠 되는 미래의 장미빛 전망을 팔아 현재에 필요한 자본을 빌리는 건 미래를 더 빨리 앞당기는 행위이다.

미국이 크리딧 기반의 사회가 된 건,
자본은 없지만 패기 넘치는 자가 신용을 얻고 자본을 얻어 유럽에서 신대륙을 찾아 대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리고 성공한 그들이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순간부터, 크리딧이라는 전염병은 
대륙을 찾아 나선 자들의 후예인 미국에 정착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도 빈손으로 자국을 떠나 꿈을 찾아 나선 많은 이민자들이 정착하고 성공을 꿈꾸는 방식도 같지 않을까.
미국이라는 사회는 성장해 왔고, 자타 공인의 선두에 섰고, 늘 성장할 것이라는 꿈이 차있던 동네 아닌가...
그런, 미국에서 성장일로일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는 건 당연한 풍토일만하다 싶다.
반대로,
부를 축적해 아시아를 공략하던 서구열강에 맞대어,
턱하니 기댈 돈 줄도 없고,
격변기 속에 하루 아침에 내가 혹은 상대가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를 삶을 살아야 했던 아시아인들은 
성장을 늦추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금박치기(!)라는 미덕을 꾸준히 길러 온 것 같고...

문제는 미래가 언제나 장미빛이라는 보장도, 미래에 대한 현재가치를 산출하는 방법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크리딧으로 산다는 건, 결국 내 미래 수익을 할인한 가치로 평가하여 산다는 것인데,
삶은 늘 불안정하지 않은가! 그래서 또 하나가 보험기반 사회가 아닌가 한다.
온갖 상품에 보험이 다 붙는다. 자동차 보험, 생명보험, 의료 보험, 집 보험, 임대자 보험 등등은 기본이고
가구를 사거나 전자제품을 사도 품질보증이 아닌 별도의 보험을 가입하겠냐고 물어보는 나라다.
(제품이 보험 기간 안에 문제가 생기면 (화재, 도난 등으로 유실 시 등), 보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의료 보험은 더 복잡하다. 미국서 보면, 민간 의료 보험이란 건 결국 있는 자를 위한 보험이란게 자명하다. 낸 만큼 대우 받는다.그런데, 있는자들이라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가는 고민해 볼 문제다. 한 사건(질병이든 사고든)당 75불의 개인납부의무가 있는 학교 보험은 3개월에 350불이다. 대강 월 15만원 잡으면 되겠다. 그리고 내가 의사나 병원에 내야 할 돈은 1만원 정도면 될 듯한 감기도 75불, 수천만원짜리 수술도 75불인게다(건당 25만불까지). 한국의 건강보험 + 모두 커버되는 상해/질병보험에 가입 한 것이다. 대신 보험이 없으면 의료비가 상상을 초월한다. 의료 보험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지만, 다음 기회에 해야겠다. 여튼 한국의 건강보험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볼 때, 그리고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볼 때,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큼 우수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미래에 대한 가치는 현재에 신용을 기반으로 대출해 주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보험으로 보호한다는 것이 미국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논리라고 생각된다.
즉, 은행은 고객의 신용도를 보고 고객의 미래 수익을 현재에 할인하여 대출해 주고
그 대출한 증서를 수익증권화하고 보험 회사는 그 수익증권의 위험성을 보험으로 보호해 주는 방식으로
상품화하여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미국의 금융 상품에 깔리 논리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런 논리는 이번 사태로 바뀌어갈 듯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15년 30년의 장기간의 변동 금리 대출을, 
담보물권인 집 값이 항상 오를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아래에,
제대로 된 크리딧 평가 없이 첫 1년간 이자 할인/면제등을 내세우며, 집값의 100%까지 대출해 주고,
그 대출해 준 증서를 기준으로 현재 할인된 금액을 기준으로 채권을 만들어
페니매, 프레디맥에 팔아 넘기고, 얘들은 또 IB 등을 통해 묶어서 팔고
IB는 또 AIG 같은 보험사랑 같이 risk free 상품화 해서 팔아 넘기고..
그걸 또 주거니 받거니 거래하면서
그런 것이 7월에 들은 것만 2조 달러가 넘는다 그랬다. 실체는 10조가 넘어 간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게 부동산 가격 하락하면서 그 가치 산정이 무너져 버렸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개인 파산이 늘고, 부실 대출이 밝혀지고, 이자율 변동 등으로 산식이 꼬이면서 
해당 채권의 가치 산정 자체가 불가능해 진 것이다.
그러면서, 신용시스템 자체가 마비가 온 것이다. 어디까지가 부실일지 모르니 일단 멈추고 보는 거다.

달러를 찍어 내고, 국가의 미래를 털어 월가를 지원하고 하면서
신용경색을 풀고 어떻게 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고,
그 부작용은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엄청난 세금 인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교훈으로 신용기반 시스템은 체질개선에 들어갈 것이다.

쓰다 보니, 뭔가 정신없이 산발이 된 듯하다. 
개인 수표 거래 기반에 따른 한국과 다른 은행시스템도 이해가 필요했던 신용기반사회의 한 축인데... 다음 기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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